1. 항상 부족한 시간
나와 동업자 H는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듯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에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앱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다.
어느새 나이도 서른 중반이 되었고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도전해 볼 수 있는 횟수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마흔이 넘으면 트렌드에 맞게 기획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우주챗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조금 더 안전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실패하지 않는 사업, 실패하지 않는 서비스를 하는 게 중요했고 6년 간의 개발 경험을 통해 '사업 분야 선정부터 BM 개발, 디자인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2. 되는 사업을 하자
아이디어에서 시작을 하든 사업 분야에서 시작을 하든 어떤 제품을 만들 때 그 제품은 비슷한 제품들과 함께 묶여 특정 시장에 귀속되게 된다.
만약 아이디어에서 시작을 한다면 나의 제품이 속한 시장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고 그 시장의 상황이 어떤지 확인해봐야 한다.
우주챗의 경우 익명 SNS라는 시장을 선택했는데 당시 익명 SNS는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었다.
시장 참여자 자체가 매우 적었고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모씨와 어라운드조차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어 유효한 시장인지를 검증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시작해서는 안된다.
시장의 1등조차 돈을 벌지 못하는 분야에서 시작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시장의 1등이 돈을 못 번다는 건 고객의 니즈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공급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고, 나 역시 돈을 못 벌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 꿀팁 #2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다.
고객의 니즈가 충분히 검증된 시장에서 시작한다.
검증된 시장의 장점은 내가 잘만 만들면 돈을 지불할 잠재 고객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검증된 시장이라면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게 아닌가?'
이에 대한 답은 USP(Unique Selling Point)로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뤄보도록 하자.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USP가 있다면 해도 되고 USP가 없다면 하면 안 된다.
3. 이번에는 데이팅앱이다
검증된 시장인지, 내가 참여하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는 아주 간단하게 한다.
- 우선 참여하고자 하는 시장의 1위부터 10위까지의 매출을 확인한다.
- 그리고 내가 제품을 완성한다면 대략 몇 위 정도에 위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메타 인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예를 들어 5위 정도는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면 5위의 매출이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 만약 5위의 매출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영업이익이 음수(-)로 추정된다면 해당 시장 참여 자체를 재고해 본다.
시장 전체가 어떤 규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 규모가 크다고 해서 내가 가져가는 돈이 많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탑 랭커들의 매출을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이번에 참여하기로 한 섹터인 데이팅 앱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 혁신의 숲에 접속한다.
- 내가 알고 있는 1위 참여자부터 검색을 해본다. 순위를 잘 모를 경우 앱 스토어 혹은 구글에 검색해 (예 : 데이팅 앱) 상위에 나오는 순서로 검색을 해본다. 혁신의 숲에 하나만 검색을 해도 유사 기업에 뜨는데 연쇄적으로 검색을 해보면서 매출 데이터를 확인해 본다.
- 1위부터 10위까지 매출 데이터를 테이블로 정리한다.
[데이팅앱 매출 순위 2024-03-08 기준]
순위 | 회사 이름 | 서비스 이름 | 연매출 |
1 | 하이퍼커넥트 | 아자르 | 2,425.9억 원 |
2 | 테크랩스 | 아만다 (+ 점신) | 523.6억 원 |
3 | 엔라이즈 | 위피 (+ 콰트) | 274억 원 |
4 | 여보야 | 여보야 (외 다수 앱) | 237.7억 원 |
5 | 큐피스트 | 글램 | 129억 원 |
6 | 레인톡 | 아마시아 | 116.2억 원 |
7 | 에이치소사이어티 | 스카이피플 | 93억 원 |
8 | 트리플콤마 | 골드스푼 (+ 더멤버스) | 63억 원 |
9 | 더블유클럽 | 더블유클럽 | 42.1억 원 |
10 | 모젯 | 정오의 데이트 | 37.5억 원 |
우리가 데이팅앱으로 사업 분야를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팅앱은 고객의 니즈가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가볍게 10위 정도로 잡았다.
사실 두 명이서 앱을 만드는 입장이라 37.5억 원은 고사하고 10분의 1이라도 벌 수 있다면 감지덕지했다.
매출을 3억으로 잡아도 앱 스토어 수수료 15%를 떼고 서버비를 1,500만 원으로 잡아도 연 2억 4천만 원이 남는다.
이 정도면 사이드 프로젝트로서도, 가볍게 시작하는 사업으로서도 충분히 좋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위 정도의 퀄리티는 충분히 노려볼만 했고 추후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3억이 아닌 30억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기획 꿀팁 #3
혁신의 숲에서 내가 참여하고자 하는 시장의 플레이어들의 매출을 확인한다.
내가 이길 수 있는 등수가 내가 벌 수 있는 돈이다.
이제 첫 발을 뗐다.
다음으로는 안전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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