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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부터 시작하는 앱 기획

앱 만들기를 시작하다

 

1. 어떻게 앱을 만들기 시작했나?

 

수년 전 H와 나는 메타버스가 일상화된 미래를 꿈꾸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비포 선라이즈'라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처럼 기차를 타고 가다가 낯선 이와 만나 아름다운 도시의 거리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는 컨셉의 메타버스를 상상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선에서는 구현이 어려웠고 이 아이디어는 잠재의식 안에 묻어뒀다.

 

1년여가 지난 어느 날,

H는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갈 때 '고속버스 티머니'라는 앱을 사용하는데 자리를 예매할 때 옆에 누가 앉을지 기대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속버스 티머니 앱

 

뒤 이어 '가상의 공간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매칭이 되어 채팅을 나누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나는 '이거다!' 싶은 반응을 했다.

 

기획 꿀팁 #1

아이디어는 잠재의식 안에서 숙성된다.
당장은 쓸모없는 아이디어라도 메모장에 적어두자.
어느 날 전혀 다른 맥락에서 생각지 못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2.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H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가장 걱정했던 건 이 아이디어가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열심히 팔로업하던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님께서는 스타트업의 아이템은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없으면 고통스러운 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가 좋겠다.'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주챗으로 쓴맛을 한 번 봤던 터라 '너무 쉽게 시작해 유효한 시장인지를 증명하지 못하고 끝내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우리 아이디어를 너무 좋아했지만 '문제 - 해결 프레임워크'에 들어맞지 않는 모순을 해결해야 했다.

 

3. 꼭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처음으로 해본 생각은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였다.

우리 아이디어가 서비스가 되어 실제로 출시를 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

 

만약 사용들이 우리 앱에 들어와 매칭이 되고 대화를 나눈다면 '외로움과 심심함'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실제로 어떤 효용을 제공하는지는 최소기능제품 정도는 만들어야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꼭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였다.

내가 실제 사용하는, 시간과 돈을 쓰고있는 서비스를 나열하고 그들이 '문제 - 해결 프레임워크'에 맞는지 확인해봤다.

 

서비스 이름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해결방향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에 맞는지
토스 복잡하고 번거로운 금융 (은행 업무, 투자 등..) 쉽고 직관적인 UI/UX 제공 O
킥고잉 걸어가기엔 멀고 택시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 이동 공유 전동 킥보드 제공 O
Habitify 습관 만들기 및 관리의 어려움 쉽고 보상이 되는 UI/UX 제공 O
백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주를 기반으로 운세, 궁합 컨텐츠를 제공
기프티스타 유효기간이 지나 버려지는 기프티콘 기프티콘 중고 거래 플랫폼 제공 O
데이트립 괜찮은 데이트 장소를 찾기 어려움 퀄리티 있는 데이트 장소 큐레이션 O
루미큐브 심심함? 루미큐브 게임? X

 

대부분의 서비스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클수록 큰 지출(시간 혹은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들은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하기에는 좀 억지스럽고 '그냥 재밌어서' 하는 것들도 있었다.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서비스들 중에도 '진통제'가 아닌 '장난감' 같은 서비스들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충분히 가치를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게 비즈니스의 큰 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도균님께서는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진통제의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4. 해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가설이 맞는지 궁금했고,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해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이 아이디어가 너무 재밌어 하루 빨리 구현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