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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담담

턱관절 장애 극복기

1. 입이 안 열리다

 

약 2년 전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려는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전부터 턱관절에서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편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불능의 상태가 된 건 처음이었다. 유튜브에 입이 안 열린다는 식으로 검색을 해보니 턱관절 마사지법이 나왔고 뭉친 근육에 손바닥을 대고 마사지를 해보니 입이 열렸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갑작스럽게 턱 근육이 뭉쳐 몸 전체가 불편해지는 현상이 끊기지 않고 있다.

 

2. 첫 시도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파고드는 편이라 그 동안 정말 많은 시도를 했다. 처음엔 돈이 들지 않는 마사지로 시작했고 손으로는 부족한가 싶어 찜질팩을 사서 온찜질을 했다. 턱관절 장애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발생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입을 앙 다무는 습관 등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발생을 하며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 보톡스, 스플린트 등이 있다고 했다.

 

3. 치과에 가다

 

가장 먼저 치과에 들렀고 역시 가장 저렴한 방법인 약물 치료부터 했다. 의사의 처방으로 근육 이완제를 달고 살았는데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언제까지나 약을 먹으며 살 수는 없어 그 다음으로 저렴한 보톡스를 맞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톡스를 맞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의사 선생님도 나의 고통을 이해한다며 턱과 관자놀이에 (선심쓰듯) 조금 더 많은 양을 놔주셨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의도치 않게 턱선이 갸름해져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시점 즈음에는 거북목도 심해져 뒷목 통증 때문에 몇 분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5만원이나 하는 (특수 장비를 이용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어떤 게 변수인지는 몰라도 턱관절 장애와 목, 어깨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이때는 연관성을 몰랐지만) 팔꿈치와 손목 통증도 점점 심해져 갔다.

 

4. 요가 시작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가 내 상황에 딱 맞는 치료법을 알게 되었다. 바로 '도수치료'. 가격을 알아보니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께 이 상황에 대해 고민 상담을 해보니 어머니도 일을 하던 시절에 근육이 뭉치는 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으셨고 병원도 많이 다녀봤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으셨다고 했다. 하지만 요가를 시작하면서부터 대부분의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는 이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반 이상을 끊기지 않고 해오고 있으며 (마지막에 설명하겠지만) 턱관절 장애 극복의 가장 큰 공신 중 하나였다. 여기에서 끝나면 정말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러진 않았다. 물론 요가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방법은 아니었다. 내 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 시절엔 특히 식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근육을 푸는 다양한 자세를 습득하면서 회사에서도 틈틈히 요가 자세를 하며 뭉친 근육을 풀어줬다. 하지만 '근육이 스스로 뭉치는 게' 멈추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몸이 릴렉스되긴 했지만 불특정한 시점에 턱관절 근육을 비롯한 다양한 근육이 뭉쳤는데 그 이유를 대체 알 수 없었다.

 

5. 카페인을 끊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근육 뭉침이 심해진) 원인은 '카페인'이었다. 이 시절 키토제닉과 간헐적 단식에 빠져있던 때라 매일 아침 원두를 갈아 방탄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회사에 가서 점심에 커피를 한 잔 더 했다.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가장 큰 변수는 이것 뿐이었기에 나는 '카페인은 근육을 뭉치게 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됐다. 이후로 카페인을 변수로 내 몸의 변화를 여러 번 실험을 해보았는데 확실히 경향성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경향성은 조금 줄어들게 되었다. 카페인 가설은 스스로 세운 것은 아니고 곧 가게 될 신경외과 선생님으로부터 알게 된 것이었다. 카페인을 끊어 모든 게 해결되면 해피엔딩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6. 스플린트

 

턱관절 장애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고통을 알 것이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턱근육의 뭉침. 통증이 심한 건 아니지만 저작 운동이 불편하고 묘하게 목부터 어깨까지 불편한 느낌이 이어지는데 대체 어떻게 푸는지는 모르겠고 육체적 불편함이 곧 정신적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그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턱 근육 뭉침 때문에 '턱관절 장애' 자체를 치료할 방법이 필요했고 나는 다시 치과를 찾아가 '스플린트'라는 장치를 맞추게 되었다. 스플린트는 마우스피스 같이 생긴 장치로 턱근육이 스스로 수축하는 현상을 방지해 턱을 편안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1년 넘게 이 장치에 절대적으로 의존을 해왔어서 이 이상의 해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효과가 즉각적이고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장치이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낮 시간에도 이 장치를 끼고 있어야 할 때가 있는데 회사에서 끼고 있으면 참 부끄럽기도 하고 이걸 끼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눌한 발음이 나온다. 그럼에도 끼고있는 게 훨씬 나았다. 이걸 끼고 있으면 잠시지만 평화가 찾아왔다.

 

7. 도수치료를 받다

 

요가와 스플린트 외에도 유튜브를 보며 다양한 스트레칭 동작을 했는데 힘 조절을 잘못해서인지 가끔은 근육 뭉침이 더 심해질 때도 있었다.그리고 통증이 10에서 1~2 정도로 줄었으면 그냥저냥 살겠지만 애매하게 3~6 정도 수준으로 유지가 되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실비 보장이 된다는 걸 알게 됐고 나는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신경외과에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전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이날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거북목과 일자목, 어깨는 수평이 맞지 않고, 척추는 휘어져 있었고, 골반도 비대칭이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릎 관절 통증이 있던 것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근육 뭉침이 이해갈 법도 했다. 저렇게 뼈가 다 이상한 데 가 있는데 몸이 편할 리가. 그 동안 치과와 정형외과에 다니며 의사에 대한 불신이 있었지만 신경외과 선생님은 좀 달랐다. 내가 어디가 약한지 어떤 통증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야매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뼈를 몇 군데 맞춰주니 약한 곳이 강해지고 통증도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식단과 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요약해보면 "탄수화물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도수치료를 통해 교정을 해야한다."는 뜻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도수치료 또한 나의 불치병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진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진리는 알게 되었다.

 

"각 부위의 통증은 그 부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문제다. 턱관절과 라운드 숄더, 척추측만증, 골반 비대칭, 팔과 다리 근육 수축, 발 아치 무너짐은 굉장히 유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8. 해결하진 못하는 것인가

 

이후 요가와 식단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통증은 10을 최대라고 했을 때 2~3 정도로 유지됐다. 밸런스링이라는 발 아치 교정 장치를 알게 되어 교정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나는 평생 낮 시간에도 문득 찾아오는 턱근육 뭉침 때문에 스플린트를 껴야 했고 갑자기 찾아오는 다리 뒷근육 뭉침 때문에 화장실에 가 고강도의 스트레칭을 실시해야 했다. 이따금 밀가루나 카페인을 먹으면 찾아오는 뭉침 현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고 가장 무서운 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한 채로 살아야 했다.

 

9. 정답을 찾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스플린트에 의존하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고 이제 턱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정답은 '골반'이었다. 나는 오른쪽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 오른쪽 턱 근육이 뭉치고 오른쪽 어깨가 안 좋고, 오른쪽 다리도 안 좋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봐도 이 경향성은 분명히 보인다. 왼손잡이는 왼쪽이 안 좋고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이 안 좋다. 경향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보통 안 좋은 쪽 어깨가 아래로 쳐져 있다. 그리고 그쪽 날개축지가 잘 뭉친다. 보통은 여기까지 해당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골반에 신경이 찝히는 통증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한다. (내가 그랬다.)

 

교정 방법은 간단하다.

 

1) 아빠 다리를 한다.

2) 다리 위치를 자연스러운 쪽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쪽으로 놓는다. (사실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 없다. 몇 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편하게 아빠 다리를 한다.)

3) 허리를 곧게 세우고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인다.

4) 이때 내가 안 좋은 쪽의 반대쪽 엉덩이 근육이 늘어나며 골반이 교정되는 느낌이 든다.

5) 이 느낌이 들게 하는 스트레칭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스트레칭 자세는 수도없이 많다. (장작 자세, 비둘기 자세 등..)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안 좋은 쪽의 반대쪽 골반이 교정되는 느낌'을 아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건 골반 교정을 하는 즉시 턱관절 뭉침이 풀리며 어깨 근육 뭉침도 풀린다. 당연히 목 뒷근육 뭉침도 줄어든다.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면 즉시 주변에 전파를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주고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2년 넘게 고통받았던 게 너무나 쉽게 해소되어 이렇게 공유해본다.

 

다시 정리를 해보겠다.

 

1) 내가 어느 부위에 근육 뭉침이 있는지 섬세하게 관찰한다.

2) 유튜브에서 요가 자세를 몇 개 배워 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3) 내가 안 좋은 쪽의 반대쪽 골반 교정 자세를 실시한다.

4) 곡물(특히 밀가루와 콩)과 카페인, 당 섭취를 줄인다.

5) 증상에 따라 스플린트, 밸런스링 등의 교정 장치를 구매해 사용한다.

 

부디 큰 돈 쓰지 않고 여러분의 고통을 해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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