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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담담

about intj (1)

1. 망상과 계획

 

나는 intj다. (a.k.a. 용의주도한 전략가) mbti 관점에서 내 사고방식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망상 + 계획" 정도가 된다.

 

나는 망상을 많이 한다. 시간이 많을 땐 좀비 사태나 전쟁에 대해서도 망상을 하지만 보통은 당장의 약속이나 중요한 이벤트에 대해 상상을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약속이 생기면, 모임 장소에 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는 상상을 한다. 모든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건 아니고 특정 장면이 반복 재생되는 방식이다.

 

약간 어색할 수 있는 조합의 모임이 있다면 이 경우 처음 만나는 순간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어떤 표정으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어떤 말을 꺼낼지에 대해 상상한다. 웃긴 건 상상 속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개그를 친다. 그리고 내가 상상 속에서 친 개그를 들으면서(?) 나 혼자 웃기도 한다. 그 개그를 쳐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보통은 까먹는다. 그래서 메모를 해본 적도 있지만 메모한 개그를 칠 일은 거~의 없다. 분위기를 떠올리며 어떤 대사를 할지 계속해서 상상하다 보면.. 일종의 계획이 된다.

 

자리가 끝나고 이동을 할 때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해서도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 사람들을 유도할지에 대해서도 상상을 한다. (포인트는 "주도"가 아닌 "유도"라는 거다.) 이렇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망상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미래의 틀을 짜는 게 내 사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2. 문제 발생

 

망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1) 예정된 이벤트가 너무 많을 경우

 

간혹 거절하지 못할 약속들이 빽빽하게 잡힐 때가 있다. 망상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약속이 많아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머리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약속 a, 약속 b, 약속 c의 망상이 서로 충돌을 하며 정리가 안 되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 망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약속에 참여를 하게 되면 약 10% 정도의 당황한 상태가 지속된다. 상황에 몰입을 잘 못하고 여유롭게 대화도 못 나눈다.

 

2) 예기치 않은 변수 발생

 

망상을 열심히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때가 있다. 가기로 한 음식점이 마침 쉰다던가, 차가 너무 막혀 약속에 늦는다던가.. 보통은 이런 변수도 고려를 해서 플랜 B를 준비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부족하면 하지 못한다. 부작용은 위와 비슷하다.

 

3) 또 다른 플래너의 등장

 

내가 가장 꺼리는 상황 중 하나다. 열심히 망상을 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또 다른 플래너가 등장해 서로의 플랜이 충돌하고 결국 나의 망상과 정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경험상 이런 충돌이 가장 잦은 케이스는 동족(intj와 entj)을 만났을 때다. 개인적으로 intj는 동족끼리 상성이 가장 안 맞는 유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한 테이블에 intj가 둘 이상 있으면 분위기가 상당히 다운된다. 원래 성격상 어두운 면이 있는 부류인데다 적재적소에 중요한(?) 이야기를 해서 주의를 집중시키는 컨셉이라 발화량이 매우 떨어진다. 누군가 실없이 떠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이런 컨셉도 먹히는데 둘이서 조용히 먹잇감만 노리고 있으니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면 entj는 분위기를 주도해 끌고가는 타입인데, 내 의도와 정반대로 나를 끌고 갈 때 스파크가 번쩍 튄다. intj가 기는 세도 나름 내향형이라 대놓고 싸우진 못하고 속으로 분노를 삭인다. intj에게 entj란.. 외향성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갖춘 동족 느낌이다. 그래서 시기심, 경쟁심을 느끼기도 하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순간에는 속으로 야유를 보낸다. (내가 터득한) 그들과 어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기를 하는 것"이다. 아주 조금만 나의 고집을 내려놓으면 그들의 리더십에 무임승차하여 나름 괜찮은 플랜을 누릴 수 있다. (entj는 다양한 경험이 많고 기획력이 좋은 편이다.) 이렇게 상성이 안 맞는 듯 하면서 나름 비슷한 면도 많고 관계의 균형도 있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가장 편하게 마음을 터놓은 동료도 entj다.

 

3. 장점

 

1) 멘탈이 강한 편이다.

 

웬만한 상황에 대해 망상 시뮬레이션으로 훈련이 되어있어 안 좋은 상황이 닥쳐도 덤덤한 편이다. 막상 닥쳤을 땐 당황스럽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고 그냥 살던 대로 산다.

 

2) 루틴이 잘 잡혀있다.

 

보통 j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인데 intj 역시 절제력이 강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다른 유형에 비해 특이한 점은 목표지향성이 강하다는 점인데(ntj 유형의 공동 특성) 원대한 꿈을 꾸면서 그것을 일상의 루틴으로 환원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entj는 자신의 이 특성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보고 있으면 뭔가 킹받는다.)

 

3) 직관력이 좋다.

 

상상을 많이 하고 논리적으로 분석을 하다 보니 다양한 케이스를 수집해 패턴을 파악하는 데 능한 것 같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면 비슷한 패턴을 찾아 잘 예측하는 것 같다.

 

4. 단점

 

1) 어둡다.

 

원대한 꿈과 일상의 루틴 사이에는 항상 괴리감이 있다. (여기에서 꿈은 일 뿐만 아니라 사랑, 관계, 건강..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 intj는 항상 꿈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며 대체로 좌절감과 공허함이 기저에 있다. 그래서 항상 어딘가 어둡다.

 

2)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망상 속에 살다가 막상 현실에 나오면 잘 즐기지 못한다. 이성으로 자신의 세계를 촘촘하게 설계해놓고 실제로 펼쳐지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행복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참.. 행복해지기 어려운 타입인 것 같다.

 

3)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원하는 바가 분명한데 내향형이라 표현도 잘 못하고.. 그래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나의 가장 큰 컴플렉스 중 하나인데.. 불편하게 함으로써 내가 편해지는 면도 있어서..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중이다.

 

5. 좋아하는 유형

 

1) infp

 

공허하고 삭막한 intj이지만 은근히 귀여운 걸 좋아한다. infp 특유의 허술함과 말랑말랑함이 좋다. 개그 코드도 가장 잘 맞고 웃기기도 제일 쉽다. 제일 친한 두 친구가 infp이고 회사에서도 infp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발견한 특이한 패턴은 친함의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는 그 누구보다도 어색한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2) enfp

 

intj와 enfp는 공식 커플(?) 조합으로도 유명한데 밝고 발산적인 enfp의 에너지가 어둡고 수렴적인 intj의 에너지와 조화를 이룬다. intj의 니즈 중 하나가 '나의 어두움에 대해 집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있는데 enfp는 마치 intj가 어두운 사람인 걸 모르는 듯 다가와준다. 반면 intj는 enfp의 정신없이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3) isfp, esfp

 

꽤나 대척점에 있어 잘 안 맞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잘 맞는다. infp와 비슷하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허술함이 있다. intj와는 정반대로 현재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알고, 대체로 행복한 게 눈에 보이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맘이 편해지는 게 있다.

 

4) intp

 

intp는 말하자면 intj의 사촌 정도가 된다. 같이 공감능력 최하위에 머물면서 오히려 편한(?) 느낌이 있다. 언뜻 보면 말에 공격성이 있어 보이지만 보통은 순수한 궁금증이며 굉장히 무해한 사람들이다. 보통은 지적 탐구심이 높아 아는 게 많고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는 편이다.

 

5) infj

 

사람에 대한 탐구심이 많은 intj로서 가장 호기심이 가는 사람들이다. 전체 유형을 일렬로 세워놓고 찾으라고 해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입고 있는 옷, 액세서리, 생김새, 표정, 취향의 조화가 가장 완성도 높고 사용하는 언어도 굉장히 섬세하다. 아직 많이 친해지진 못했지만 약간 아는 것은 그들은 가지려고(?) 하면 가질 수 없고 안다고 자부해도 다 아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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