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intj (2)
1. 왓이프
intj의 망상은 미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조작도 많이 하는 편인데, 무언가 후회되는 장면을 계속 곱씹으면서 내가 원하는 장면으로 교체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신 멤버와 구 멤버가 있는 자리에서 낯을 가리느라 신 멤버에게 말을 많이 못 걸고 이미 친한 동료와만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리가 끝나고 나서야 '그 사람을 소외시킨 게 아닌가' 후회하며 과거로 돌아가 친절하게 대하는 상상을 한다. 미래에 대한 망상과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대사를 많이 던지고 현실과는 다른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이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인가.. 싶겠지만 왓이프 망상도 나름의 효용이 있다. 후회를 하고 그 상황을 고치려는 장면을 반복 재생하다 보면 그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잊지 않게 되고,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조금 더 진심 있는 태도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때 내가 그런 말을 해서 후회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줬구나.'하고 느끼는.. 것 같다..
2. 표현력
intj는 감정이 메마른 편인 데다 표현도 못 한다. 특히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진심을 이야기했을 때 부정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용기를 못 내는 게 아닐까 싶다. 약간 억울한 건 동물에게도 표현을 잘 못해 그 친구를 귀여워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대체로 표정에도 큰 변화가 없는 편인데 회사에 출근해 동료와 인사하며 속으로는 매우 반가워하면서도 표정은 무표정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간혹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지만.. 사실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는 0의 상태다. 웃긴 건 동족인 entj도 출근 인사 시 항상 무표정이다. 내가 저렇게 보이겠구나.. 하며 웃는 척을 해본다..
3. 본질충
intj는 극단적인 본질충이다. 본질을 너무 중요시해 겉치레를 싫어하고, 빈말을 하느니 말을 안 한다. 그래서 말 자체를 별로 안 한다. 어쩔 수 없이 빈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긴 하지만 무조건 티가 난다. 그래서 영혼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칭찬도 인색하다. 사람 혹은 결과물에 대한 기준이 높아 만족을 못하는 데다가 빈말까지 못하니 칭찬이 없을 수밖에..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진심을 담아 칭찬한다. 칭찬을 워낙 안 하기 때문에 intj가 칭찬을 한다면.. 정말 진심인 거다.
4. 이상적
망상으로 과거와 미래를 조작하고 본질을 중요시하다 보니.. 당연히 가치관 자체가 이상적이다. 속물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어 유흥, 사치재.. 등에 돈을 쓰지 않는다. (쓸 돈이 없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준이 높다. 특히 모순적인 태도를 싫어하는데 나의 경우 갑질러, 사회적 약자 혐오자는 인간관계에서 제낀다. 갑질러를 제끼는 이유는 자신도 갑질을 당하기 싫을 텐데 갑질을 하는 게 모순적이어서이고, 사회적 약자 혐오자를 제끼는 것은 자신도 (분명히 있을) 사회적/소수자적 약점에 대해 혐오를 당하기 싫을 텐데 혐오를 하는 게 모순적이어서다.
5. 사람 말을 잘 안 들음
누군가 새로 알게된 사실,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100% 믿지 않고 일말의 의심을 남겨둔다. 어떤 게 진실인지는 스스로 알아보고 판단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겪기 전까지 사람에 대해 섣부르게 평가하지 않는다.
6. 숫자충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나의 경우 추상적인 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상대가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지금 행복한 정도를 -10에서 +10 사이에서 고르면 몇 정도 돼?"라고 꼭 물어본다.
숫자로 표현하는 것의 장점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도 컨트롤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군가와 단 둘이 있는 것을 매우 어색해하고 둘만 있는 상황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상대에 대한 어색함 지수를 0에서 100까지로 표현을 하면 두려움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아무리 어색해봐야 100이고, 100인 사람과 같이 있는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100인 사람이 나와 오래 같이 있을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다.
측정 뿐만 아니라 랭크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는데 너무 맘에 드는 음식점, 브랜드, 아티스트 등..에 탑 티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intj와 함께 탑 티어 노래를 들으면서 탑 티어 음식점에 가 맛있는 걸 먹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