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츠기 209일차 - 우츠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식이 : 당, 밀가루, 각종 첨가물 제한 (완전 끊은 건 아니고 끼니 기준 일주일에 1~2회 정도 먹는 것 같다.) / 매일 아침 공복에 노니 섭취 / 아침 식사로 고구마 섭취 / 하루 1회 차전자피 섭취 / 유산균 및 각종 영양제 섭취
생활습관 : 칼퇴 / 11시 취침 / 매주 3~5회 운동 / 충분한 휴식
씻기 : 머리, 몸은 순비누로 하루에 한 번 / 얼굴은 아침저녁으로 물세안 / 면도는 러브젤 사용
제품 : 100% 노보습 / 땡볕 아래에서 오래 있어야 할 때에만 선크림
약물 : 이소티논 일주일에 한 알
우츠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0여 일이 흘렀다.
최근 들어 블로그 댓글을 통해 이런저런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 간단하게나마 근황을 전하고 궁금해할 법한 내용을 정리해볼까 한다.
1. 근황
마지막 글을 쓴 이후 지금까지도 물세안과 100% 노보습을 하고 있으며 (피부가 뒤집어지거나 각질이 폭발하는 등의)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식단과 컨디션이 안 좋은 시기에 1~2개씩 모낭염이 나거나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려고 하다가도 하룻밤만 잘 자고 일어나면 금세 괜찮아졌다. 계속해서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고 주름, 여드름 흔적도 아주 조금씩은 개선이 되는 느낌이다.
2. 원래 피부 상태
'나처럼 약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해도 될까?' 내가 우츠기 도입을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다. 피부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계면활성제를 쓰든 물세안을 하든 보습을 하든 말든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나는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피부가 뒤집어지는 타입인지라 우츠기 도입 후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우츠기 이전 내 피부는 굉장히 예민했고 피지 분비가 너무 많아 항상 번들거렸다. 또한 얼굴에 열감이 있어 항상 건조하고 수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에 나보다 피부가 약하고 안 좋은 사람이 많겠지만 우츠기 이전의 나도 (안 좋은 걸로는) 하위 20%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3. 개선된 피부 상태
'원래 내 피부가 이랬나?' 싶을 정도로 피부가 많이 강해졌다. 피지 조절제를 계속 먹고있어 피지에 대해선 이야기할 게 없지만 열감과 예민함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전을 10으로 본다면 현재는 2~3 정도) 수분 밸런스도 꽤 괜찮아졌다. (이전을 0으로 본다면 현재는 5~6 정도) 저녁에 물세안을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뒤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데도 얼굴이 전혀 당기지 않는다. 물론 우츠기 이전에는 세안 후 얼굴이 엄청 당겼다.
4. 이론 공부 먼저
우츠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블로그 글을 보기 전에 책으로 이론 학습하는 걸 추천드린다. 우츠기를 처음 도입하면 급격하게 바뀐 환경 때문에 피부가 더 예민해지고 각질이 폭발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에 망정이지 쌩얼 그대로 회사를 출퇴근해야 했다면 나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론적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안 좋은 시기를 버틸 수 있고 다양한 예외사항을 맞닥뜨렸을 때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 : 우츠기 선생님이 직접 쓴 책이다. 피부 장벽에 대한 이론과 임상시험 내용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물론 세안법, 제품 추천 등 디테일한 방법론도 제시되어 있다. (2013년 저라는 게 충격 포인트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 우츠기 이론을 수년 간 적용해 본 한 여성 분의 이야기다. 우츠기 이론을 보완해주는 실전적인 내용이 많고 특히 화장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꿀팁이 많이 담겨있다.
5. 한 단계씩 적용해보기
나의 경우 우츠기를 너무 극단적으로 적용해 초반에 많은 고비가 있었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우츠기를 도입한다면 단계적으로, 천천히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내 경험을 기준으로 추천 테크트리를 제안해본다.
1) 바디 샴푸 대신 순비누 사용 / 바디 로션 끊기 : 얼굴보다 덜 예민하고 부작용이 있어도 상관이 없는? 몸부터 적용을 해보자. 나의 경우 바디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등이 간지러워 잠을 못 잘 정도로 건조한 피부였는데 순비누로 바꾼지 일주일 만에 건조함이 싹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우츠기를 신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2) 면도 크림 대신 마사지젤 사용 : 마사지젤은 세정용이 아니기 때문에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면도 크림 혹은 면도젤을 마사지젤로 바꿔주기만 해도 모낭염, 지루성 피부염이 많이 줄어든다. (계면활성제를 끊는 게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3) 주말에는 물세안, 노보습 : 피부가 적응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일주일에 1~2번 정도만 우츠기를 해본다. 주말 아침에 세안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보기도 하면서 이전과 피부 컨디션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본다.
4) 화장품 개수 줄이기 : 화장품을 3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면 2개, 1개로 줄여본다. 의외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피부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5)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면 점차 100% 우츠기로 전환한다.
우츠기는 단기간에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최소 1년에서 10년, 그리고 평생 할 생각으로 하는 게 맘 편하다.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에 의하면 피부 장벽이 회복됨에 따라 피부 표면에 그물망 같은 패턴이 생긴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클렌징과 보습을 오래 해온 사람의 경우 현미경으로 관찰 시 피부 표면에 그물망이 하나도 없고 굉장히 매끄럽다고 한다. 지난 내 피부가 그랬고, 피부를 지나치게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피부가 매끈하고 벌겋다. 우츠기 박사의 사례에서는 그물망 회복에 최대 11년이 걸린 케이스도 있다고 하니 장벽 회복은 최소 1년으로 잡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6. 번외
1) 각질 제거
우츠기를 하더라도 각질 제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하다보면 얼굴에 때가 낀다. (각질 + 피지) 노보습을 할 경우 각질이 많이 쌓여도 큰 상관은 없지만 피부가 거칠어 보이고 간혹 썬크림을 바르면 다 뜬다. 나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각질 제거를 해준다. 각질이 너무 쌓여 '지금 썬크림을 바르면 다 뜨겠다.' 싶을 때 즈음 물로 세안을 하고 물기가 많은 상태에서 피부를 살살살 문질러주면 얼굴에 때가 나온다. 우츠기 초반 피부 장벽이 약할 땐 각질이 미친듯이 폭발하고 제거 후에는 피부가 벌겋게 예민해질 것이다. 피부 장벽이 회복되면이 이런 현상도 점점 괜찮아진다.
2) 여드름 관리
본인이 여드름이 많은 피부라면 피지 조절제(이소티논)를 구비해놓고 우츠기를 하는 걸 추천한다. 우츠기가 만성적인 여드름까지 잡아주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급하게 쌓인 각질 때문에 여드름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피지 조절제를 먹으면서 우츠기를 시도해보자. 뇌피셜이긴 하지만 피지 조절제를 복용하며 우츠기를 할 경우 장벽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관련 글)
3) 세안 방법
우츠기 선생님은 순비누를 이용해 자극을 최소화한 세안법을 제안한다. 그런데 막상 하다보면 세안 자체를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된다. 그리고 대충 씻어도 피부 장벽 회복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츠기의 핵심은 노클렌징, 노보습인 것 같다.
4) 선크림
우츠기 시작 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츠기식 세안(물세안 또는 순비누 세안)으로는 선크림을 제대로 닦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외선이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건 맞지만 선크림이 피부장벽을 약화시키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 또한 맞다. 우츠기 선생님과 교코(<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저자)씨도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최대한 햇빛을 피하라는 제안을 했고 나도 선크림을 바르지 않기로 했다. 자의식이 생긴 후 처음으로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여름을 지내본 결과 피부가 많이 타긴 했지만 선크림을 바르던 시절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은 느낌이다. 급격하게 피부 노화가 생기지도 않았고 기미, 주근깨 등이 생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피부 쳐짐, 주름, 색소 등이 더 개선되었고 피부 전반에 생기가 돌고있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어느 정도 보호가 된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땡볕에서 오래 있어야 할 땐 한 번씩 발라줬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5) 모공, 흉터
우츠기를 오래 하다보면 모공과 흉터도 어느 정도는 개선된다. 다만 심하게 패인 흉터나 넓어진 모공이 회복되기 위해선 의술이 필요하다. (본인은 프락셀 등 레이저를 수 차례 맞은 경험이 있다.) 사실 레이저를 맞은 직후에는 별 다른 차이를 못 느끼지만 수 년전 기억하는 흉터와 비교를 해보면 살이 많이 차오른 게 느껴진다. 우츠기로 아낀 화장품값을 모아 레이저를 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6) 간헐적 단식
피부 장벽이 약해져 지루성 피부염, 모낭염 등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면 (빠르게 피부 컨디션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을 추천한다. 방탄 커피 창시자로 유명한 데이브 아스프리의 저 <헤드 스트롱>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염증을 줄여주며 뇌의 컨디션을 극적으로 끌어올려준다. 글쓴이도 과식 때문에 속이 더부룩한 게 지속되거나 만성 피로가 지속될 때 한 번씩 하는 방법인데 효과가 꽤 좋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단식을 하는 동안 피부 컨디션도 함께 좋아진다는 점이다. 액티브한 염증이 많이 가라앉고 피부 전반적으로 생기가 돈다.
성공적인 우츠기 도입으로 피부 건강도 챙기고 돈도 절약하시길..!